<목양서신>


 살면서 이런 때도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저는 과거 전쟁의 위협 아래 마음껏 모여 예배할 수 없었던 시절은 말로만 전해 들었습니다과거에는 눈에 보이는 총칼 때문에 그랬지만, 요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당황스런 상황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과연 예배로 모여야 하는가? 모이지 말아야 하는가?

죽으면 죽으리라일사각오의 정신으로 예배당에 모여 예배하는 것이 신앙적인가?

내 이웃을 내 자신같이 사랑하라는 말씀대로 내 신앙이 중요한 만큼 이웃의 안녕과 생명을 보존하는 것이 신앙적인가?

 

목회자로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SNS 상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집니다.

 

어떤 이유와 상황에서도 예배는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여 예배로 모이지 않는 교회 혹은 신자들을 믿음 없는 자들도 지탄합니다.

 

온 나라가 힘을 모아 서로 절제하며 애를 쓰는 상황인데, 자기 신앙 지키자고 남의 생명을 위해할 것인가? 내 신앙이 중요한 것만큼 이웃의 안녕을 보존하는 것이 하나님 나라 백성의 의무다라는 입장도 있습니다.

 

저는 두 가지 입장 모두 각각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일찌감치 우리 교회는 후자의 경우를 선택한 격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결정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지나온 유럽 교회의 역사를 떠올리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종교개혁 전후 유럽은 흑사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갔는데, 전염병이 광범위하고 빠르게 전 유럽에 확산된 요인 중 하나로 교회 모임을 꼽습니다. 포기할 수 없는 신앙이라는 측면과 하나님의 섭리 역사에 대한 무지몽매함이하는 이율배반이 교차하는 장면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교회라 할지라도 이 땅에서 나그네로 사는 인생 내면의 부패와 오염은 신앙인에게도 예외가 아니기에, “신앙의 이름 아래 남을 판단하고, 오만과 방종을 조장할 수도 있겠다 생각하였습니다. 그 당시 재세례파 열심당이 그 대표적인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신앙 열심을 생각하기에 앞서 하나님의 공의를 염두하고 긍휼을 간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교회 역사에 남겨진 교훈의 한 측면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예루살렘과 바벨론 교회를 떠올리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의 참된 예배는 언제 회복이 되었을까? 지난 성경의 교훈을 떠올립니다.

이미 여러 차례 확인한 바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성전이 이 땅에서 사라지고, 마음껏 모여 경배할 수 있던 때가 지나, 제대로 모여 예배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쳐서야 비로소 예배의 소중함과 감격을 회복할 단초를 마련하였습니다. 참된 예배의 회복은 예루살렘에서가 아니고 바벨론에서 기회로 주어진 것입니다. ‘, 일상적으로, 언제나모여 예배할 수 있었던 환경을 잠시 차단하시고, 성도로 하여금 영적 바벨론 포로기를 잠시 경험케 하시는 것은 매너리즘과 관습에 빠져있는 우리들의 참된 예배 감격을 깨우시는 방편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섭리 역사는 우리가 예단할 수 없습니다. 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통해 오랫동안 교회질서를 파괴하던 신천지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라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를 믿고 현실을 관조하면서, 주어진 말씀을 따라 하루를 천년같이 살면 될 것입니다. 일사각오의 정신으로 예배로 모이는 교회를 무모하다 탓할 필요도 없고, 공동체와 이웃을 배려하면서 하나님의 섭리 방편을 묵상하는 기회로 삼는 교회를 비신앙적이라 판단하지도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교회의 경우, 연세가 많으신 성도들이 많기에 각자의 자리에서 예배를 사모하며 하나님의 경륜의 역사를 관망하는 기회로 삼기로 일찌감치 정하였습니다.

 

사랑하는 하늘뜻섬김교회 성도 여러분!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말과 행동에 경솔함이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지혜로운 역사를 기대하십시다. 때로는 우리의 말과 행동보다 하나님의 앞서 행하시는 역사를 관조하는 것이 더 신앙적일 수 있습니다. 성도 여러분! 하나님의 공의의 역사를 두려움으로 느끼면서도, 하나님의 긍휼의 자비를 기대하며 기도하는 교회되기를 소원합니다.

성도로서 각자 신앙의 자리를 잘 지켜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2031일 주일을 맞이할 즈음

조성재 목사 올림

오늘 하루는 이 창을 열지 않음